디지털 영상과 자율적 이미지

디지털 영상과 자율적 이미지

조광석

최근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영상문화에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컴퓨터의 진화로만 생각할 수 없는 멀티미디어라고 하는 복합적인 기계설비의 진보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미술분야에서 특이한 현상을 보게된다. 이미 사진이라는 기계화된 영상 때문에 미술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기도 했고, 그것과 다른 시각을 추구했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비디오설비를 작가들은 적극적인 매체로서 활용하게 됨으로써 미술에서는 소위 비디오아트라는 돌연변이를 낳게된 것이다. 이러한 미술의 출현은 좀더 다양한 기술의 수용을 이루게된다. 말하자면 최근의 첨단 기술의 수용이 자연스럽게 이루게되는 것이다. 멀티미디어를 실행하기 위한 체계적 해결방식은 일단 이미지의 디지털화의 전환과 그에 따르는 공간 개념의 변화가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환과정의 결과는 미술이라는 전통적 예술개념과 다른 작품의 해석과 이해가 나타나고 생산과 소비체계의 순환 방식이 경제적 논리를 거부할 수 없게된다.
비디오아트의 출현은 단순히 비디오 매체의 출현 때문만은 아니다. 그때 이미 있었던 비재현적 방식으로 오브제의 사용을 차용하게되고 그와 함께 감상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발생시킨다. 즉 근대적 물질생산 방식아래 예술은 제작 방식의 전환으로 감상자 개개인에게 현실적 사건에 대한 개념적 파악의 제시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영화와 같은 영상 예술이 드라마틱한 서술방식에서 출발하여 집단적 프로젝트성격을 지닌 TV로 진화되는 과정은 대중의 문화소비체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그들 나름의 예술적 취향을 형성하게된다. 즉 벤야민이 말하듯이 오늘날의 경제조건아래서 예술의 생산과 수요방식은 전환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하부구조-예술 생산과 소비구조의 변화는 일련의 예술개념의 변화를 보게된다.
영화의 본성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영상의 수용체계가 발전된 동영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르네상스의 원근법을 기계적 수단을 차용하기 때문에 회화적 범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영화는 회화적 시각의 연장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근대세계의 속도감을 재현하고 있다. 이미지의 활용에서도 기계적 재현으로 나타나는 영상의 직접성은 생활경험을 파편화하고 일상생활을 표면 위로 부상시킴으로써 감상자에게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하게된다. 영상의 표피성의 결과는 일반 대중에게 쉽게 수용할 수 있고 작품의 내용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좌절된 산업노동자나 도시근로자, 즉 비지성적 이상을 지닌 보통사람들의 꿈을 허위적으로 충족시켜주는 통속화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공통의 관심사가 형성되고 공동의 소비가 이루는 체계 안에서 예술적 취향은 단순성을 찾게된 것이다.
영화 체계에서 발전된 비디오는 TV라는 공중 매체와 연계되면서 좀더 복합적인 영상소비의 동질성을 보게된다. 따라서 비디오 작품에서는 다른 영상예술에서보다 더욱더 현실 참여와 즉흥성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비디오가 미술적 범주에서 출현했을 때 기존의 미술과 연계로 인하여 예술적 지위의 애매함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작품 자체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스스로 순수한 내재적 법칙에 의해 사회와의 관계에서 자율적인 위치를 찾는 비디오 미학의 자율성을 추구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작품에 표현된 이미지를 통해 사회의 현상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여 비판과 총체적인 교환적 가치를 찾는 것이다. 앞의 경우는 순수미학의 추구에 따른 일반 대중과의 격리현상을 보게된다. 기존의 미술이 취하고있던 사회 내에서의 이데올로기와 함께 전위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후자는 작품이 사회의 규범과 병행하며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미술작품과 공존하며 비디오의 본성인 영상의 전자구성으로 관객에게 적극적 개입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후자와 같은 비디오작품 제작 방식이 컴퓨터와의 결합은 또 새로운 전환의 시점을 보게된다. 영상매체에서 컴퓨터의 사용은 기존의 영상체계 위에 제작 방식에 있어서 영상의 디지털화이다. 영상의 디지털화는 이미지의 조작의 개연성을 남겨주고 있다. 영상이 전자구성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이미지 재현의 동일선상에 위치하지만 가상적 이미지의 출현을 보게된다. 그리고 시각상의 영상 가치에 대한 적응이 초기 단계에는 직접적인 경험과 동일선상에서 조회되고 수용되지만 점차 본래의 경험과 관계없는 가상의 공간으로 진입하게된다. 이미 영화에서 익숙히 사용되었던 몽타주도 그러한 심리적으로 이미지의 가공성을 드러내지만 디지털에서는 조직적이고 기계화된 영상처리에서 이미지자체가 만드는 상황적 기호로 대치된다.
디지털 영상에서는 이제까지 르네상스적 입체적 공간인식과 다른 시간적 공간이식으로 전환한다. 결국 디지털 영상은 스크린 상에 이미지투영이 아니라 개개인이 경험하는 사유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영상(시간의 변화에 따른 공간인식)과 심적 공간개념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디지털 영상을 보는 것은 기존의 영화에서와 다르게 일상의 시각경험과 구분되고 있다. 영상을 보는 행위는 영상 위의 세계를 재구성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시각으로 지각될 수 있는 의식적인 이미지 재현의 위치를 평면 밖으로 이끌어 내어 사유함으로써 지각될 수 있는 가(simulation)적인 공간으로 전개된다. 그 가상적 공간은 영상과의 관계에서 영상 위의 실체처럼 보는 방식과 영상 위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대상이 만드는 세계를 보는 것, 영상 위의 맥락으로 보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서 이미지는 단순히 대상의 충실한 복제물이 아니다. 그것은 영화영상과 달리 회화에서처럼 사실성에 대한 특수한 복제성을 벗어나 이미지의 재구성에 대한 암시가 존재한다. 따라서 영화가 기계적 재현을 넘어서 인위성을 부여받게된 것은 몽타주를 통해서이라면 비디오는 기계적 영상의 지위를 디지털로서 예술적 인위성을 회복할 수 있다.

* 박승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6-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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