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Made와 영상이미지

Ready-Made와 영상이미지

조광석 (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

20세기 미술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이슈는 Ready-made의 출현과 영상이미지의 사용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요소는 미술, 특히 회화적 표현의 한계에 대한 발상을 바꾸어놓은 계기가 되었으며 작품제작 방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의 기반은 사회적인 요인과 미술 내적인 원인이 함께 한다.
사회적 요인으로서는 산업혁명이후 변화된 경제구조와 그에 따른 시민들의 예술수용의 변화를 이루게된 것이다. 한편 이미 깊게 뿌리를 내린 회화의 문제점을 재확인하게 하고 미술 작품의 소비방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였다.
20세기동안 미술경향의 중요한 전환동기는 사회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확산은 이제까지 소외되어왔던 소시민들에게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점차 그들의 취향을 예술에 반영하게된 것이다. 그리고 풍요를 기약하는 대량생산된 상품과 그것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상술의 발전은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게 된다.

작품내용에 있어서 변화의 근거는 재료와 그것을 다루는 기술의 변화에 관련이 있으며, 그러한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서서히 진화를 하고 있음을 말한다. 흔히 새로운 technology를 사용하는 미술 작품의 성향은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들은 미술 작품을 이제까지와 다른 시각효과를 통하여 우리시대의 욕구를 단순한 삶의 반영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라 평가된다. 여기에서 정보제공을 위한 기능적인 목적으로 개발된 매스미디어는 예술에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사회에서 매스미디어는 점차 그 자체가 소비의 주체로서 확산 되어가게 되어 작가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매스미디어의 출현은 정보를 유포하며 수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였으나 점차 수용자의 모든 관심을 독점하는 현상을 보게된다. 메시지가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되고 매스미디어를 통한 메시지의 유통과정이 상호 교환적이며 오히려 소비자의 취향을 조종하는 역행되는 현상이다.

근래에는 매스미디어를 통한 메시지를 생산자가 상업적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대량 유포시키게되며 메시지의 수용자 쪽에서는 자기 방어적 선택을 위해, 정보의 수용 욕구를 함께 반영하는 상호보완적 상황에 이르게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비판적으로 대응하는 작가의 출현을 보게된 것이다. 소위 비디오 아티스트라 불리우는 작가들이다.
이들의 작업은 ‘비디오 아트’라고 일컬어지는 영상예술의 등장을 보게 했다. 비디오-아트에서는 텔레비전 모니터가 작품으로 사용되고 모니터 안의 영상 이미지와 함께, 모니터는 그 자체가 일상적인 사물(objet)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새로운 오브제로서 모니터는 영상이미지와 함께 시각적인 상황을 공유하게 되어 더욱 더 상상적 세계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초기 비디오-아트의 경우 영상이 방영되는 환경을 작품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그 영상 이미지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영화처럼 내용의 흐름에 집착하게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비디오-아트는 최소한 비디오가 방영되는 장소나 모니터를 작품 안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일상적인 영화에서 나타나는 이야기 중심의 영상 이미지와 비디오-아트 이미지의 애매함을 벗어나게 된다.
여기에서 영상 이미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동영상의 흐름으로 인한 이미지의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동시에 녹화되고 재현되는 비디오의 발전으로 영상 이미지에서는 실제 삶을 그대로 촬영하여 재현된 허구로서 받아들이기보다는 실제와 동일하게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대상에 대한 재현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회화와는 다르게 현실 자체에 대한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이미지의 사실성을 고착화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일반적인 사건을 기록하는 스냅 사진의 사회적 기능에서 파생되고 있다. 우리는 기록 사진의 이미지를 통해 마치 현장을 포착하듯이 실제의 증거물로 확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영상예술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공중파 방송으로서 TV의 출현이다. 일반 가정에 보편적으로 TV가 보급되면서 영상문화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고 미술에서도 극단적인 변화를 이루게된다. 이미 새로운 시각예술로서 자리를 잡은 영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있던 TV는 녹화방식의 개발과 근래에 도입되기 시작한 디지털화의 작업으로 이제까지 영상에 대한 이해와 전혀 다른 시뮬레이션으로 정착되고있다.

미술내적 변화로서 회화의 한계는 19세기까지 문화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던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의 쇠퇴, 신흥 지식인들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있다. 전통적 회화는 기본적으로 일회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있다. 작품은 작가의 손에 의해 직접 제작 된 기능적 손의 역할에 의해 결정되어지었다. 작품의 제작은 작가의 천재적 재능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며 수공업적 생산 방식에 의해 일품회화라는 아우라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서 작품의 소유와 감상은 철저히 개인적 능력에 의존하게된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는 지적 우월성을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게된다. 결국 귀족이나 부르주아처럼 사회특권층에 대한 우월성을 옹호의 자세라 볼 수 있다. 이는 19세기까지 사회의 모든 변화를 주도하고있던 지식 상류층의 문화로 형성된다.

이러한 문화적 성향은 20세기 동안 모더니즘으로 일컬어지면서 지적 이데올로기를 확산하지만, 그 한계는 추상미술과 같은 장르에서 확실하게 나타난다.
추상미술은 미술계에 주도적인 경향으로 자리를 잡게되지만 실제 감상자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추상미술의 확산은 주로 20세기 중반에 중요한 지위를 형성하지만 그 발단은 이미 19세기 인상주의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는 모더니스트들에게는 모더니즘의 역사적 근거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지만, 다른 면에서는 추상미술이 19세기의 잔재로 평가하게된다. 따라서 20세기말까지 그 위력을 발휘하고있으며 현재의 다양한 미술형식에 영향력을 보여주는 추상미술은 19세기 패러다임에 넣어야할 것이다.

반면 Ready-Made는 대량생산이라는 생산 방식으로 작가의 일품제작을 무시한다. 이는 산업사회의 의식구조의 반영이면서 기존의 질서를 넘어서게 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대량 복제와도 관련이 되지만 이미 작가의 제작 기술에 대한 무시에서 출발하게 된다. 여기에는 작가의 수공적 손재주가 없이도 작품제작은 하나의 질서로 나타나게된다.
물론 초기 전위작가들이 단순히 제시하였던 ‘선택된 오브제(Object Trouv )’는 작가의 기존의 예술과 사회에 형성된 질서에 대한 반발적의도가 강하였지만 전후(戰後) 새로운 세대들은 오히려 능동적 자세로 수용하게된다. 20세기 초반에 출현한 Ready-Made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알레고리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다. 그것의 수용 방식에서 다른 가치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즉 고도로 발전된 산업사회에서 일반적 소비와 예술소비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20세기동안 이룬 문화 예술의 변화는 소수의 수용자에 의존하는 주관주의 예술에서 수용자의 확대를 추구하여 경제적 수익을 우선적인 가치로 두는 경향이 나타나게된다. 따라서 새로운 예술은 다수의 참여가 가능한 예술의 형식을 요구하게되고 그것은 경제적 가치와 일치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Ready-Made와 영상이미지는 ‘세기말’과 ‘밀레니엄’의 정서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을 벗어나 문화의 수용자에게 희망적 사건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절망감을 안고있으며 자연과 인간 본성으로의 회귀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예술 형식으로 진행하게 하고 있다. 이 Ready-Made와 영상이미지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이분법을 벗어나고 있다. 작가는 작가중심에서 수용자중심으로 전환하게 되고 저급문화의 활성화, 수용자중심의 기회주의, 파괴적 문화의 불가피한 수용, 창작적 문화의 소멸, 인종차별적 경향, 사회 결합의 약화, 하위 개념의 확산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 박승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6-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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